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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층들의 소소한 행복인 경로당 문 닫자 "갈 곳 없어"
| 30도 웃도는 땡볕에 야외 쉼터 사실상 '피서지' 역할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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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부산 사하구에 있는 한 경로당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2020.8.20/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이유진 기자 = "힘들고 아쉽지만 코로나 방역을 위해선 참고 견뎌야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로당 폐쇄 소식에 노년층 이용객들이 입을 모아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산에 일주일 넘게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코로나19 재유행까지 덮쳐 무더위쉼터가 대대적으로 폐쇄돼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1295개 무더위쉼터 중 995개소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무기한 운영중단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동구의 경로당 대부분은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경로당 임시폐쇄' 문구와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경로당 근처를 돌아다니던 어르신들은 상황이 악화된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주던 경로당이 삶의 일부에서 사라지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경로당을 자주 이용하는 60대 여성 A씨는 "무더운 여름철 경로당은 우리들의 피서지"라며 "에어컨 바람 쐬며 누워서 TV를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전부 물거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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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위험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부산 금정구의 경로당 입구에 운영 임시중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2020.8.21/뉴스1© 노경민 기자
지난 19일 낮 최고기온 37.2도로 올해 부산 최고 기온을 기록한 금정구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적북적 사람들로 가득 찼던 금정구의 한 경로당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텅 빈 공간이 돼버렸다.

이틀 전 갑작스럽게 노인복지회에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경로당 관리인 B씨는 "지금 부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모든 분들께 경로당에 오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한곳에 모이면 가족들에게도 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방역 측면에서는 적절한 선택이지만, 아쉽다"고 전했다.

비말, 공기 전파에 따른 감염병 확산 위험이 높은 실내 시설이 점진적으로 중단되자 시는 상대적으로 방역에 안전한 야외 무더위쉼터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사 공단과 관련 기관에 야외쉼터 확충을 위해 추가 발굴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야외 무더위쉼터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일 30도를 웃도는 땡볕 날씨에 에어컨 하나 없는 야외 무더위시설이 노년층의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취재진이 야외 무더위쉼터 8곳을 찾아가 본 결과, 2곳을 제외하고는 이용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쉼터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근처 일부 주민들이 계속해서 무더위 쉼터에 쓰레기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대낮에 음주하고 정자를 독차지해 앉을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평소 다니던 경로당에서 야외 쉼터로 발걸음을 옮긴 70대 남성 C씨는 "거의 매일 정자가 쓰레기장으로 변해 간절히 건의하고 싶었다"며 "동네 주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휴식해야 하는데 이런 상태면 앞으로 찾아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전후로 2차 대유행 위험이 다시 커지자 남구청이 관할 경로당을 전면 폐쇄한 가운데, 그늘이 지는 구청 건물 아래에 더위를 식히러 온 일부 어르신들은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서 의자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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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의 한 주민센터에 어르신들을 위한 '무더위쉼터'가 마련돼 있다.2020.08.20/뉴스1© 이유진 기자
또 취약계층을 위해 새롭게 설치한 실내 무더위쉼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남구 관계자에 따르면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125곳 중 경로당 80곳, 복지관 4곳이 폐쇄됐다. 나머지 41곳은 관내 주민센터, 은행 등을 무더위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60대 여성 D씨는 “주민센터나 은행에 무더위쉼터를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미안해서 어떻게 가겠냐”며 “여럿이서 이야기도 나누고 몇 시간 앉아 있는데, 그런 곳은 일 보러 오는 사람도 많아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야외 무더위쉼터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폭염 속 갈 곳을 잃은 취약계층의 열사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우성 온종합병원 응급센터장은 "나이가 많을수록 폭염에 위험할 수밖에 없다. 더위에 노출을 줄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며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체온이 오르고 떨어지지 않아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더위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갑갑할 수 있지만, 마스크가 체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덥다고 마스크를 벗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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