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 열 명 중 여덟 명 황령산 개발 몰랐다”
“부산시민 열 명 중 여덟 명 황령산 개발 몰랐다”
온닥터TV 여론조사, 시민 85% “시민주도형 공공개발”
황령산지키기 운동본부 발대식, 정책토론회·반대결의문
“케이블카 설치반대-개발 시엔 시민참여 적극 보장해야”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부산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황령산 전망대 사업이 그동안 시민 몰래 철저히 밀실에서 추진돼 왔다는 사실이 여론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2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부산시민사회단체총연합이 주도하는 ‘황령산 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시민정책토론회와 인간띠 잇기 등을 통해 황령산 난개발 저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온닥터TV와 바로미터여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부산시민 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황령산 개발 계획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시민 84.8%가 황령산 개발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고 6일 밝혔다. 황령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시민은 15.2%에 그쳐 ‘부산의 허파’로 불리며 시민들의 공공재인 황령산 개발이 일부 민간자본에 의해 추진됐을 뿐, 시민들에게 철저히 밀실로 진행돼 온 것이 드러났다고 범시민운동본부 측은 폭로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발 반대 이유로는 자연환경(81.1%)이나 경관(9.1%) 등의 훼손을 꼽은 시민이 90.2%에 달했다. 9.8%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령산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자도 86.9%나 차지했다. 또 이런 개발이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람도 84.4%였다.
부산진구와 수영구, 남구, 연제구 등 부산 도심의 4개 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황령산은 ‘부산의 허파’로 부산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부산시민 20%는 매일 황령산을 쳐다보거나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한 번 이상 보거나 오른다는 이는 열 명 중 네 명이나 될 정도로 황령산은 부산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황령산 개발에 찬성한다는 시민들도 85.4%가 ‘시민주도형 공공 개발’을 지지했다. 현재 케이블카 설치 등을 추진하는 민간주도 개발을 찬성하는 시민은 14.6%에 불과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221개 단체는 6일 오후 3시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병원 15층 대강당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공동대표회장에 부산불교연합 증명 혜총스님 대종사, 임영문 전국기독교총연합 대표회장, 백대성 전 부산진구의회 의원, 정근 부산시민사회단체총연합 대표의장 등을 추대했다.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발족 결의문을 통해, △황령산 케이블카 설립 등 난개발을 반대하고, 개발시 시민의 참여권과 시민 주주권을 보장 △황령산을 깨끗하고 건강한 자연 공간으로 유지 △황령산 방문 시 쓰레기 되가져가기 △황령산 보호 시민 감시단 역할 수행 △황령산의 생태적·역사적 가치에 대한 교육과 홍보 활동 강화 등 황령산을 후손들에게 건강한 자연 그대로 물려주기 위한 실천을 다짐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앞으로 황령산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예정된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황령산 봉수대를 잇는 인간 띠를 둘러 ‘황령산 난개발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이 인간 띠 행사는 불교에서는 전포동 감로사 혜총스님, 기독교에서는 부산평화교회 임영문 담임목사, 부산진구의회 백대성 전 의원 등이 주도하기로 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또 ‘황령산을 시민의 품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부산시민정책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는 강치운 동의과학대학교 명예교수, 도시계획전문가인 김경호 국제종교연합 총무이사, 전 부산진구의회 의원 백대성 황령산지키기 추진본부장이 참여해 황령산 개발 관련 찬반의견을 개진했다.
ESG탄소중립연구원 이사장이기도 한 이학춘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황령산 케이블카 설치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시민참여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황령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안으로, 이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환경권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기본권으로서 단순한 행정적 절차를 넘어 실질적인 시민 참여와 공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학춘 교수는 “케이블카 설치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이 소수의 특정기업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여 수익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민들이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시민주주 참여방식은 공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발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학춘 교수는 “황령산 개발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고 시민주주 참여 모델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되, 황령산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