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복용할 시 운전대 잡지 마세요!
이 약 복용할 시 운전대 잡지 마세요!
공황장애·불안·수면장애 등 환자 늘어 관련 약물 처방 늘어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신경안정제 등 산만·졸음유발”
대한종합병원협회, “도로교통법 금지약물외 형사처벌 신중”
유명개그맨 이경규씨가 공황장애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을 했다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경찰에서 입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수면장애나 불안장애 등으로 매일 약물복용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올해 현재 대한민국의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4,400만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2023년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적 문제 등으로 진료 받은 사람의 숫자는 400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은 “우리나라 국민 80% 이상이 운전면허를 갖고 있고, 국민 10% 정도 각종 정신과적인 문제로 진료를 받고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약물에 따라 주의력을 저하시키고, 졸음 등을 유발하므로 환자는 복용직후 운전을 피하는 게 좋다”고 25일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로교통법상 운전 시 금지 약물을 규정하고 있다. 으뜸이 마약이다. 이는 불법 약물로 분류돼 있으며, 중독성이 강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마도 마약과 마찬가지로 중독성이 강하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전 시 금지약물로 규정했다.
문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이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알프라졸람, 디아제팜 등 불안·수면장애 치료제인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졸음과 주의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나 플루옥세틴, 세르트랄린 등 기타 항우울제도 운전 중 반응 시간을 늦출 수 있어 운전 전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옥시코돈, 하이드로모르폰 등 오피오이드 계열의 진통제 및 마약성 진통제도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암페타민 계열 및 기타 식욕억제제 역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진료처장은 “감기약 및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 로라타딘 등도 졸음을 유발한다”며 운전 시엔 이들 약의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감기약 복용 직후 운전 시 졸음을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 감기약에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성분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감기약을 복용한 운전자의 4분의3이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감기약은 집중력과 반응 속도를 저하시켜, 운전 중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게 해 교통사고 위험을 가중시킨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학술이사인 김상엽 박사(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는 “신경안정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은 복용 후 대개 4∼6시간 운전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조언하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해야 할 때 의사의 지시에 따르고, 감기 등으로 약국에서 약을 구매할 때엔 약사의 복약지도에 귀를 기울이고, 특히 운전 시 위험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등의 질환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다음 운전했다고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며 당국의 단속기준 재점검을 요청하고, “사람들도 졸음이나 주의력이 떨어지는 약물을 복용해야 하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