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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 그만큼 눈이 소중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현대인은 눈의 소중함을 모르는지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며, 그 중심부위를 황반이라 한다. 모든 초점이 황반에 맺힌다. 필름에 자국이 생기면 상을 정확히 맺지 못하듯, 나이 들어 눈의 중심 황반에 변형이 생기면 상을 맺지 못하게 된다. 이를 노인성 황반변성이라 한다. 처음엔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노안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다가 뒤늦게 노인성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일이 흔하다.

가까운 것도, 멀리 떨어진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치료가 잘 되지 않아 끝내 실명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병이다. 한쪽에 황반변성이 나타나면 5년 이내에 다른 쪽에도 진행된다. 한국에서 실명 원인 질환의 1위인 노인성 황반변성의 주원인은 노령화다. 정부 차원이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하는 이유다. 나이 들면서 자연히 생기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햇볕을 자주 쬐면서 노출된 자외선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서구사회 역시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실명하는 사례가 많다. 현재 2억 명이 황반변성으로 고통받고 있고, 2040년엔 3억 명까지 환자가 늘 것으로 추산돼 세계 모든 나라의 주요 공중보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15년 12만 6235명에서 2019년 20만 471명으로 63%나 늘어날 만큼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7명 중 1명이 노인성 황반변성을 진단받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햇볕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은 특히 황반변성을 조심해야 한다. 자칫 노안이라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망막 황반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려워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수다. 황반변성이 심해지면 황반에 신생혈관이 자라게 되고, 혈관을 통해 진물이 흘러나오면서 망막이 망가지게 된다. 급격한 시력 저하와 함께 실명에 이르게 되는 황반변성은 유리체 절제술과 안내(眼內) 주사제 투입, 레이저 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하지만 현대의학으로선 뚜렷하게 시력 개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흡연은 황반변성을 악화시키므로 절대 금물이다. 황산화제가 풍부한 블루베리·브로콜리·당근 등의 녹황색 채소와 고등어·꽁치 등 등푸른생선, 항산화비타민을 복용하는 것도 예방에 나름 효과적이다. 야외에선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챙 있는 모자를 쓰고 외출하길 권한다.

황반변성은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매년 안과 정기검진을 통해 망막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거의 유일한 예방책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개인적으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국민 의료비 상승 등 사회적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회적 비용 부담을 줄이고, 노인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국가 차원의 눈 건강관리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현행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안저검사를 필수검사 항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안과학회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정근·정근안과원장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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