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 이봉주 ‘근육긴장이상증’에 대한 온종합병원의 조언
| 온종합병원 신경센터 “뇌 심부자극술로 중증 환자 정상생활 회복 가능”
[부산=일요신문] 최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씨가 방송에서 근육긴장이상증(디스토니아, Dystonia)으로 투병 생활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봉주 씨는 지난해 1월 발병 이후, 원인 모를 복부 경련과 함께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996년 제26회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땄던 그가 달리기는커녕 일상생활에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에 근육긴장이상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온종합병원 신경센터 이명기 센터장(신경외과전문의)은 “근육긴장이상증은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저절로 지속적인 근육 수축에 의해 종종 꼬이고 반복적인 운동, 혹은 비정상적인 자세를 보이는 증후군”이라며 “본태성 떨림, 파킨슨병 다음으로 세 번째로 흔한 이상운동질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대부분 원인을 모르고 운동근육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에 주로 발생하며, 최근 증가 추세”라며 걱정했다.
근육 긴장이상증의 증상은 개인마다 다양하게 발생하지만, 대부분 활동 혹은 운동 시에 나타난다. 국소적으로 눈꺼풀연축, 얼굴이 찡그려지는 경련, 입턱근 긴장이상, 글을 쓰거나 악기 연주할 때 손이 굳어지는 서경 및 음악가의 손, 목의 이상 자세인 사경 등과 여러 부위에 다발성, 반신성, 전신성으로 팔, 다리, 몸통이 뒤틀리는 경우가 있다.
근육 긴장이상증의 전문가 외에는 대부분 의사도 잘 모르는 어려운 질환이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매우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고 MRI, CT. X선, 혈액검사 등에 정상적인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정확한 병명을 모르고 척추질환, 관절염, 정신병, 뇌성마비, 중풍 등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낫지도 않아서 여러 병원을 진전하기도 하며 대인관계 어려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대부분 시달리며 방치되기도 된다. 진단은 병력과 직접 환자의 증상에 대한 관찰 및 신경학적 검진를 통해 경험적으로 이루어지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근전도 검사 및 PET-CT 등이 도움이 되기도 하며, 26세 이전에 발현한 경우에 DYT1 유전자검사가 필수적이다.
치료는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부분 증상에 대한 완화 치료이다. 증상을 완화시켜 통증을 줄여 기능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개인별 증상에 따른 치료가 도움이 된다.
특성화된 약물치료는 없으며 주로 항콜린제, 근이완제, 항경련제 등이 사용되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추가로 보툴리눔 독소 주사치료가 이용되나 눈꺼풀 떨림, 사경 등 국소성인 경우에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신성인 경우에는 비효과적이다.
목이 기울거나 돌아가는 사경인 경우에 선택적 신경차단술을 사용하지만, 이동성 사경·전신성·반신성인 경우에는 뇌심부자극술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이명기 센터장은 강조하면서 치료사례를 예시했다.
15년 전, 당시 5세인 여자 어린이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팔의 이상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뇌 MRI 검사에서 정상을 보여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적극적인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차 왼쪽 팔, 다리, 몸통을 침범하면서 스스로 식사하기도 힘들고 걷는 것조차 어려웠다. 약물 용량은 점차 늘어나 약물의 부작용으로 정신 착란, 헛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뒤늦게 아이의 병이 전신성 근육 긴장이상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부모는 7세 딸을 데리고 이명기 과장을 찾아와 뇌심부자극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달 뒤부터 아이는 똑바로 설뿐더러 보행이 가능해지고, 팔의 이상자세도 고쳐져 현재 대학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뇌심부자극(Deep brain stimulation) 수술은 당초 파킨슨병, 떨림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약물 치료로 조절이 잘 안 되는 만성 난치성 근육 긴장이상증 환자 치료 효과가 입증돼 2003년 미국 FDA 승인에 이어 국내에서도 2006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근육 긴장이상증으로 인한 뇌의 운동조절 회로의 이상을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이상 운동신호를 차단하여 정상적인 기능이 돌아오도록 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가슴부위에 삽입하는 자극발생기가 충전식으로 개발돼 종전에 2∼3년에 교체되던 것이 8∼10년에 한 번씩으로 늘어나 환자의 불편이 덜어졌다.
온종합병원 이명기 신경센터장은 “근육 긴장이상증은 대부분 의사가 환자를 만날 때 이미 잘못된 정보와 치료를 통해 환자나 보호자가 지쳐 있어, 치료 과정에서 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간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게 치료의 핵심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