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항촌마을에 아픈 어르신 왕진 부탁합니다"
[파이낸셜뉴스] 부산 온종합병원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은 지난 13~14일 이틀간 한려수도 끝자락인 남해 항촌마을에서 주민 15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번 의료봉사는 지난해 정년퇴직한 부산의 중등 교장이 여러 질환에 시달리는 고향의 어르신들을 위해 방문 진료를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봉사에 동참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는 말 네 마리와 함께 '홀스테라피'를 선보여 어르신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ㆍ온병원그룹 설립자)과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은 "지난 13~14일 이틀간 경남 남해군 남면 항촌마을에서 펼친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주민 100여 명을 무료 진료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린닥터스는 특히 이번 봉사단에 동참해 고령의 마을 주민들에게 말과의 교감을 통해 심리치유를 하는 '홀스테라피'를 제공해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측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남해 항촌마을 왕진봉사단에는 부산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외과)을 비롯해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안과), 온종합병원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 부산백병원 박석주 교수(신장내과) 등 의료진과 정복선 간호이사·주연희 간호부장·주명희 간호팀장·류혜영 수간호사 온종합병원 간호사와 재활센터 이대희 실장, 김승희 부이사장·박명순 사무총장 등 그린닥터스 회원 등 59명과 한국마사회 소속 9명 등 모두 68명이 동참했다.
남해 항촌마을은 한때 주민 1200명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10분의 1에 불과한 120가구, 150명에 그칠 정도로 크게 위축돼 있다.
야간에 주민들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멀리 사천시 삼천포 소재 병원까지 가야할 만큼 의료시설이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 13일 첫날밤엔 고향 항촌마을로 왕진을 요청했던 류석환 전 교장의 안내를 받아 세 가구를 방문해 진료했다.
방문 진료한 주민들은 80, 90대로 암 투병중이거나 어려서부터 골반결핵으로 잔병을 달고 살던 병약한 분들이었다.
부산대병원 병원장과 대한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한 위암 수술의 명의 김동헌 병원장은 청진과 문진을 통해 가까운 가족을 돌보듯 꼼꼼히 진료했다. 뇌출혈로 인한 수술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까지 겪고 있는 어르신은 최근엔 담석증 치료로 소화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도 김 병원장이 남편을 진료하는 사이 앞이 침침하다는 환자 아내인 할머니의 눈을 살펴보고 문진을 통해 병력을 듣고 앞으로 눈 관리 요령을 일러주기도 했다.
남편에 대한 두 의사의 지극한 왕진에 크게 감동한 할머니는 '어떻게 사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쩔 줄 몰라해하자 정근 이사장이 마당가에 놓여 있던 반질반질한 몽돌을 들고 와서 사례비조(?)로 달라고 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항촌마을 의료봉사단은 마을경로당에 임시 진료실을 마련했다.
주민 대부분이 70대 후반 이후의 고령자들이었고, 허리나 무릎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다며 정형외과와 안과 진료실을 많이 찾았다.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다는 어르신들은 신장내과 박석주 교수의 진료를 받았고, 주민들은 쉽게 받을 수 없는 대학교수 진료를 받게 됐다며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외래 진료를 마친 주민들은 고급 영양제 주사 처방과 함께 치료사들부터 섬세한 물리치료를 받았다.
오랜 노동으로 허리디스크나 퇴행성 무릎 관절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항촌마을 주민들은 젊은 치료사들의 물리치료를 받고 흐뭇해했다.
이번 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국마사회의 '홀스테라피'였다.
마사회는 승마체험용 말 1마리와 관상용인 조랑말 3마리 등 4마리의 말을 데려와, 항촌마을이 자랑하는 깨자갈 몽돌연안 앞에서 풀어놓고 진료 끝난 어르신들에 선보였다.
생전 말을 처음 보기라도 하듯 어르신들은 꼬마들처럼 신기해하면서 즐거워했고, 몇몇 할머니들은 직접 승마 체험에 나섰다.마사회의 '홀스테라피'는 사람과 말의 교감을 통해 심신안정을 꾀하는 진료지원 프로그램으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해군 남면 항촌마을 조우용 이장은 왕진 의료봉사를 끝낸 그린닥터스와 온종합병원 봉사단들에게 식사비에 보태 쓰라며 돈 100만원을 전달하려 했으나 봉사단은 마을발전기금으로 되돌려주고 대신에 남해산 누렁 호박 여섯 덩이를 선물 받았다.
요즘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고향 항촌마을에서 귀촌살이를 하고 주말이면 부산으로 온다는 류석환 전 교장은 "그리움에 쫓겨 정년퇴직마하마자 고향 길에 나섰으나 점점 줄어드는 주민들과 의료 시설 낙후로 인해 힘들어하는 시골 고향 어르신들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번 봉사를 계기로 적어도 격년이라도 그린닥터스와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항촌마을로 와서 왕진봉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수차례 감사인사를 그린닥터스 봉사단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