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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환자 수술ㆍ미얀마의사와 공동 진료 형제애

그린닥터스-온병원, 월요일 지진 진앙지 만달레이서 의료캠프

당뇨발 치료, 지진 트라우마 호소하는 아이들과 여성들 많아

네피도서 만달레이 가는 도로, 다리 파이고 무너져내려 참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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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대지진 대한민국 긴급의료지원단 2-만달레이 봉사]

7일 월요일 이른 새벽 3시쯤. 잠에서 깬 그린닥터스-온병원의 미얀마지진 긴급의료지원단단원 13명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의료지원을 해야 할 곳이 만달레이였기 때문. 한국에서 떠날 때부터 주변에서 만달레이 행을 만류했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워서 워낙 피해가 컸던 데다, 반군까지 활동한대서 더욱 겁이 났다.

아침 5. 아침식사용으로 계란 2개와 바나나 하나씩 든 간이 도시락을 챙겨들고 네피도에서 만달레이로 출발했다. 고속도로엔 아예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도로 곳곳이 깊게 파여 차량운행을 힘들게 했다. 지진으로 다리가 부서져 길을 끊긴 데엔 멀리 임시 우회도로로 돌아가야 했다. 만달레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도로파손은 심했다.

네피도에서 출발한지 5시간 만인 오전 10. 그린닥터스 긴급의료지원단은 인구 170만 명의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시에 도착했다. 시가지로 들어서자 차량이동이 많아졌다. 도심지 불교사원들과 빌딩들이 지진에 붕괴돼 있었다. 붐비는 차량들과 파이 도로를 피해가면서 도착한 데가 만달레이 도심지 YMCA본부 건물이었다.

이재민들의 피해상황을 접수를 받는다는 현지 정보를 미리 듣고 YMCA에 갔더니, 여성 사무부총장이 정부의 진료 허가증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린닥터스 일행은 주한 미얀마대사관의 세관통과증을 내밀었으나, YMCA 측은 문서로 된 허가장을 재촉했다. 난감했다. 그린닥터스는 군부 측과 보건부 관리로부터 구두로 진료 허가를 받았을 뿐, 이를 증명하는 서류는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린닥터스 측은 주한 미얀마대사관의 통관 서류로서, 진료허가를 대신해달라고 하니, YMCA 측은 피난민촌 의사에게 진료허가 여부를 확인해보자고 했다. 그곳 미얀마 의사는 42세의 여의사로 무척 친절했고, 한국에서 미얀마에 긴급의료지원에 나선 그린닥터스 의료진을 호의적으로 대했다.

그린닥터스는 안과, 성형외과. 정신과, 열대의학과 의료진 4명과 함께 임시 진료소에서 공동으로 진료하자고 미얀마의사에게 제안했다. 그린닥터스는 지금까지 지진이나 쓰나미 등 숱한 재난지역에서 현지 의사와의 공동 진료행위를 통해 소중한 의료교류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얀마 의사는 해당 진료과목에서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의들과 공동 진료를 하게 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만달레이는 이번 미얀마 지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이지만, 이재민들의 생활은 행정수도인 네피도 쪽보다 더 나아보였다. 모든 이재민들이 정부의 노력으로 학교 등에 설치된 이재민 캠프에 배치돼 잠자리는 물론 식료품 배급도 나름 순조로웠다. 가족과 집을 잃은 이재민들도 조금씩 슬픔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만달레이의 그린닥터스 임시진료소에는 미얀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외과진료를 담당하는 온병원 김석권 성형센터장(전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지진으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된 70세 할머니에게 봉합수술을 시행했다. 할머니는 그동안 수술치료는 꿈도 꾸지 못해 상처를 방치하고 있었다. 김 센터장은 상처부위를 치료한 다음 항생제를 투여했다. 당뇨발로 발가락이 이미 썩어 들어가는 한 이재민은 지진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김 센터장을 통해 발꿈치와 발바닥의 괴사조직을 치료받을 수 있었다.

미얀마가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열대지방의 나라여서인지, 눈병 환자들로 넘치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안연고와 인공눈물 등을 처방해주고, 사용법을 일일이 설명하는 정근 이사장에게 쏠린 미얀마 사람들의 눈동자엔 이미 고마움들이 가득했다.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미얀마 환자들 앞에서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김상엽 센터장은 의료용어를 낯설어서 서툰 통역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말로 환자들을 어루만지고 다독였다. 지진 이후 식사를 거부하는 세 살 바기는 밤마다 귀신이 나타나 잡아가는 생각에 잠들지 못하고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홉 살짜리 아이는 부모는 장사하러 가고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피난민 천막에서 지냈다. 40대 여성은 내전을 피해 겨우 만달레이로 피난 와서 안심했는데 이번에 지진으로 다시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김상엽 센터장은 저마다의 사연을 통역으로 전해 듣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약 처방을 통해 지진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재민들을 다독이며 안정시켰다.

인도와 에티오피아, 베트남 등은 물론 북한 땅 개성공단 내 그린닥터스 남북협력병원에서 8년간 상주의사로 봉사해온 그린닥터스 김정용 이사는 영국 병원에서의 연수를 준비하고 있는 미얀마 여의사와 함께 부정맥환자를 돌봤다. 환자의 증상을 공유하면서 함께 약제변경을 의논하는 등 한국과 미얀마 의사간 협력진료는 끝내 빈혈치료 주사제를 부정맥 환자에게 처방함으로써 치료 시너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진 속에 피어난 한국-미얀마 간 소중한 의료교류의 봄꽃이었다.

만달레이 진료소에는 환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드는 바람에,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점심도 거른 채 오후 늦게까지 진료에 매달렸다. 13명의 대원들은 아침식사용으로 지참해간 계란 2개와 바나나 한 개로 찜통 하루를 버틴 셈이다.

의사 4명이 차질 없이 진료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온병원 문예진 수간호사. 임시 약국장을 맡은 임영문 이사와 박명순 사무총장은 연신 비지땀을 흘리면서 약봉지를 쌌고, 접수대의 송정관 사무부총장과 박준수 사무국장은 어느새 황금콤비가 되어 봉사지에 도착 즉시 요술을 부리듯 임시 진료실을 꾸며냈다.

자신들의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반군이 활개 치는 위험한 지진지역에 들어가 이재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그린닥터스 의사들이야말로 미()(?) 의사들인 것이다. 경륜 40년이 넘는 4명의 베테랑 한국의사들은 지금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서 진흙 속 연꽃을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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