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장골정맥압박증후군? “헷갈려!”
하지정맥류? 장골정맥압박증후군? “헷갈려!”
온병원, “두 질환 모두 종아리 붓고, 통증 심해”
초기엔 압박스타킹 착용 등 보존적 치료법 권장
장골정맥압박증후군 방치시 심부정맥혈전증 우려
70대 여성 A씨는 올해 들어 왼쪽 다리가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하소연했더니, 다들 A씨의 왼쪽 다리상태와 설명을 듣고는 하지정맥류라고 했다. 미관상 흉할 뿐 생명에 큰 지장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까지 곁들였다. 친구들의 말을 철석 같이 믿고 지내던 그는 급기야 왼쪽 발목과 종아리 부위가 퉁퉁 붓고 통증이 극심해져서 온병원 심혈관센터를 찾았다. 장골정맥압박증후군이 의심됐고, CT검사와 혈관 조영술을 한 결과 최종적으로 사실로 확인돼 이 센터 오준혁 과장(전 부산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으로부터 스텐트 삽입시술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정맥류와 장골정맥압박증후군은 별개의 질환이지만, 증상 등이 매우 유사하기도 하다. 두 질환 모두 다리의 부종, 통증, 무거움, 피로감 등의 다리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장기간 방치할 경우 다리의 정맥이 눈에 띄게 확장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똑같이 혈액 순환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판막의 손상으로 인해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맥 내에 정체되는 반면, 장골정맥압박증후군은 골반 부위에서 장골정맥이 압박되어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는 거다.
따라서 두 질환 모두 A씨처럼 심부정맥 혈전증(DVT)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혈전이 형성되고, 이러한 혈전이 폐로 이동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폐색전증(PE)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정맥류와 장골정맥압박증후군은 이처럼 모두 다리의 정맥 문제로 발생하지만, 그 원인과 증상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정맥류(Varicose Vein)는 다리의 정맥 판막이 손상되어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맥 내에 정체되면서 발생한다. 유전적 요인이나,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생활 습관, 비만, 임신, 고령화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증상으로는 △다리의 정맥이 피부 밖으로 두드러지게 보임 △다리의 무거움 및 피로감 △발목과 종아리의 부종 △가려움증 및 피부 색깔 변화 등이다.
특히 다리와 발의 정맥이 확장되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 탓에 여름철엔 짧은 옷차림을 기피하게 돼 여성들의 경우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장골정맥압박증후군(Iliac Vein Compression Syndrome)은 골반 부위에서 왼쪽 장골정맥이 오른쪽 장골동맥에 눌려, 왼쪽 다리의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인은 주로 골반 내의 구조적 압박으로 꼽힌다. 증상은 주로 왼쪽 다리의 붓기와 통증이 생기고, 장기간 눌림이 지속되면 혈액이 고여 혈전 형성으로 인해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장골정맥압박증후군의 경우 정확한 환자 통계가 없지만, 하지정맥류 환자는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었다. 특히,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262,384명에서 397,699명으로 40% 정도 증가했다. 성별 분포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으로 전체 하지정맥류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약 70%로, 남성보다 훨씬 많다. 이는 호르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에스트로겐이 혈관을 넓히고 혈액량을 증가시켜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정맥류나 장골정맥압박증후군 모두 초기 단계에서는 압박스타킹 착용, 다리 높이기 등 보존적 치료법이 권장되며, 증상이 심하면 흉부외과나 심혈관센터 등에서 레이저 치료, 혈관경화요법, 혈관성형술, 스텐트 삽입술 등을 받아야 한다.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흉부외과 최필조 과장(전 둥아대 의대 흉부외과 주임교수)은 “장골정맥압박증후군과 하지정맥류는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다리의 혈관 문제로 인해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두 질환 모두 예방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최 과장은 덧붙었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관리를 통해 혈관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