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흉, 젊은 층도 방심할 수 없는 폐 질환
기흉, 젊은 층도 방심할 수 없는 폐 질환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 ‘폐 기흉’ 주의보
키 크고 젊은 남성 흔해 “매년 2만여 명 발생”
온병원 흉부외과, “재발 잦고 고령자는 치명적”
최근 개그맨 전유성 씨가 폐기흉으로 세상을 떠나며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씨는 고령이면서 과거 폐질환 이력이 있었던 만큼, 갑작스러운 폐기흉이 치명적으로 이어진 사례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젊은이들에게도 흔히 발생하지만, 고령자나 기저 폐질환 환자에게는 훨씬 더 위험하다”며 경각심을 당부했다.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 흉부외과 최필조 교수(전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주임교수)는 “기흉은 폐에서 새어 나온 공기가 가슴 안의 공간인 흉막강에 차면서 폐를 압박하는 질환”이라고 13일 정의했다. 대표 증상은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으로, 운동 여부와 관계없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기침이나 마른기침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피부와 입술이 파래지는 청색증까지 나타난다. 특히 공기가 흉막에 고여 심장과 혈관을 압박하는 긴장성 기흉으로 진행되면 쇼크와 사망 위험까지 있어 응급 처치가 필수다.
폐 기흉은 원인에 따라 유형도 다양하다. 자발성 기흉은 특별한 폐질환이 없는 10∼20대, 마르고 키 큰 젊은 남성에게 흔하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경우 위험은 더 커진다. 외상성 기흉은 교통사고나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손상으로 발생한다. 이차성 기흉은 만성 폐질환(폐기종·폐암·결핵 등)이나 의료 시술 후 폐가 약해져 생기며, 주로 고령층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드물게는 월경기흉이나 마르팡증후군 같은 유전 질환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기흉 환자는 매년 2만 6천 명 내외에 이른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10∼20대 젊은 남성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6배 이상 많다. 수술 환자만 놓고 보면 10대(34.3%)와 20대(21.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고령 환자에서는 이차성 기흉 비중이 높아 폐기능 저하와 합병증으로 인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작은 기흉과 경미한 증상은 산소 공급과 경과 관찰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심한 경우에는 폐에서 새는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흉관삽입술을 시행해야 한다. 최 교수는 “재발하거나 큰 기흉일 경우 흉강경 수술(VATS)로 문제 부위를 절제하고, 흉막을 붙이는 유착술을 시행한다”면서 “수술을 받으면 재발률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월경기흉이나 이차성 기흉 등은 원인에 맞춘 특수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폐기흉은 완벽한 예방법이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생활습관 관리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발병 위험이 10∼20배 높으므로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 직후에는 압력 변화에 민감하므로 장거리 비행이나 스쿠버다이빙, 고산지대 방문을 피하고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격렬한 운동이나 갑작스러운 호흡·압력 변화 역시 위험하다. 장기적으로는 과로나 극단적 체중 감량을 피하고, 폐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최 교수는 “폐기흉은 젊은 건강인에게도 갑작스럽게 발생해 놀라울 수 있지만, 고령자나 폐질환자에게는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며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즉시 응급실이나 당직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