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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바다 위 심근경색 60대 기관장 구사일생

일본부산 항해 도중 흉통 소화 불량인식부산 도착 응급이송

온병원, 두 혈관 완전 폐색에도 신속한 스텐트 시술로 극적 회복

원격진료 가능하나 해상 의료 사각지대 여전선의 제도 실질화

 

이현국 내과부장.jpg

추석 당일인 지난 6일 일본 항로에서 귀국하던 컨테이너선 기관장이 바다 위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부산 도착 직후 온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돼 신속한 시술로 생명을 구했다고 부산 온병원이 15일 밝혔다.

예순여덟 살 A씨는 C상선 소속 1만톤급 컨테이너선의 기관장으로, 선원 15명과 함께 일본에서 화물을 싣고 부산항으로 귀국 중이었다. 항해 도중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아 단순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선내 비치된 상비약을 복용했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위성 화상전화로 119를 연결해 원격 진료가 가능했으나, 단순 위장 증상으로 판단해 버텼다.

부산항 입항 직후인 지난 6일 추석날 오후, A씨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식은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곧바로 온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다. 심전도 검사 결과 급성심근경색으로 확인됐으며, 혈압은 8040mmHg까지 떨어진 위중한 상태였다.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심혈관센터 이현국 교수(심장내과전문의) 팀은 즉시 A씨에 대해 응급 심장혈관중재술(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다. 검사 결과 좌전하행동맥과 우관상동맥 두 곳이 완전히 막혀 있었고, 혈전과 석회가 심하게 쌓여 혈류가 거의 차단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손목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스텐트를 삽입했다.

시술 중 A씨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혈류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무혈류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 교수팀이 즉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혈류를 회복시켰다. 두 혈관 모두 정상 혈류를 되찾으며 시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이틀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했다. 초기 검사에서 심박출량(EF)이 정상의 절반 수준인 38%까지 떨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EF 56%까지 회복됐으며, 지난 13일 그는 건강히 퇴원했다.

A씨는 추석날이라 얼른 항구 도착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병원에 오자마자 의료진이 지체 없이 움직여서 살 수 있었다이번 추석은 내 인생의 두 번째 생일 같은 날이라고 온병원 의료진에 감사인사를 했다.

온병원 이현국 교수는 “A씨의 경우 두 혈관이 동시에 막힌 드문 유형의 심근경색으로 시술 난이도가 높았지만, 빠른 판단과 팀워크 덕분에 성공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특히 바다나 운전 중처럼 의료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슴 통증이 지속된다면 절대 참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병원 심장내과는 24시간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며 심혈관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교수는 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조기 내원과 신속한 시술이 생명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바다 위에서의 응급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선박에서는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의료 지원이 어렵고, 특히 장거리 항해 중일수록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현행 선원법등에 따르면 원양항해 구역을 운항하는 총톤수 5,000톤 이상 상선이나 근해 300톤 이상 어선에는 의료관리자(선의)’가 반드시 승선해야 한다.

의료관리자는 의사·간호사 또는 해양의학·응급의료 관련 교육을 이수한 자로 지정되며, 선원 건강관리·응급조치·의약품 관리·위생 점검 등의 업무를 맡는다. 현실적으로 의료관리자는 의사보다, 간호사나 교육 이수자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배치 현황을 집계한 공식 통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2024년 기준 국적 외항상선은 1,172, 등록 어선은 63,731척이지만, 이 가운데 의료관리자 의무 대상은 일부에 불과하다.

해양 전문가들은 의료관리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 기준 강화,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 고위험군 선원의 건강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선상에서 심한 흉통이나 명치통이 있으면 육지로 이동하여 심장전문의가 있는 곳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의료관리자 제도는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상황에 대응하기엔 인력과 장비 모두 부족하다바다 위에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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