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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투명성인가, 비용 폭탄인가

국세청 공익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지방 의료법인들 감사비 폭탄에 울상

투명성 강화 좋은 취지수수료 상한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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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시행 중인 공익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로 인해 부산을 비롯한 지방 의료법인들이 줄줄이 고액 감사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제도는 대형 공익법인의 회계감사 투명성과 감사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정작 지역 현장에서는 감사비 폭탄 제도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부산의 한 의료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연매출 2,000억 원 규모 병원의 외부감사 수수료가 9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국세청이 지정한 서울의 대형 회계법인은 4,0005,000만 원을 요구한다거부하면 국세청이 한 차례 더 지정하고, 두 번째부터는 거부권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해야 한다4일 토로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이 4년간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임한 후 2년간은 국세청이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이지만, 문제는 감사인을 지정하는 과정이 철저히 중앙 집중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방 의료법인 대부분이 부산·경남 지역 회계법인과 장기적으로 협력해온 반면, 지정 감사인은 대부분 서울 소재 대형 회계법인이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지정 감사인들에게 교통비, 출장비, 인건비 등이 추가돼 감사비가 35배 이상 급등하는 실정이다.

부산의 또 다른 의료법인 관계자는 감사인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감사 내용은 현장 이해도가 좌우된다지역 병원의 재정 구조나 공익사업 특성을 잘 모르는 서울 감사인이 서류 위주로만 검토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연간 매출이 2조원이 넘는 서울 메이저병원들의 외부 감사 수수료도 2천만원대 선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공익법인 지정감사인들의 터무니없는 수수료 요구를 비판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지정된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임의로 교체하면 출연재산 및 수입금 합계액의 1만분의 7’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부과된다. 감사비 부담이 과중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다.

회계전문가들은 제도 취지와 효과를 살리려면, 감사인 지정 과정의 지역 안배와 비용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회계학자들은 공익법인의 투명성은 중요하지만, 감사인 시장이 특정 대형 회계법인으로 집중되는 것은 또 다른 불균형을 낳는다감사인 풀을 지역 단위로 확대하고,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공익법인 규모에 따른 차등화 기준이 필요하다서울 대형 법인 기준의 일괄 요율 적용은 지방 법인들에 사실상 벌금 수준의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공익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는 본래 공익성 강화를 위한 장치였지만, 시행 과정에서 지역 의료법인들에게 행정 편의 중심 제도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법인 등 공익법인의 회계감사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감사인의 독립성만큼이나 피감기관의 현실적 부담과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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