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병원 ‘호스피스 사별가족과 “동행”, 지리산 가을여행‘
온병원 ‘호스피스 사별가족과 “동행”, 지리산 가을여행‘
가을단풍 속에서 '선배가 후배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

▲지리산 뱀사골 단풍을 배경으로 사별가족 및 봉사자들이 함께 힐링하는 시간 / 사진=온병원
부산 온병원과 사)한국병원호스피스협회는 지난 10월 31일(금), 호스피스병동에서 배우자를 떠나보낸 가족 및 봉사자들을 '동행, 지리산 가을여행'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가을 여행에 초대하여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총 35명이 함께한 이번 여정은 50대 초~80대 초의 다양한 연령으로, 배우자를 상실한 지 4개월~3년차인 가족들을 모시고, 부산 온병원에서 출발하여 남원 신생마을 핑크뮬리 꽃단지-(구룡계곡)-성삼재-(달궁계곡)-뱀사골 등 단풍으로 물든 가을 정취를 누리며 공감을 나눴다.
1. 시작의 위로, 핑크뮬리:
아침 일찍 부산 온병원에서 버스 한 대로 출발하여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남원 신생마을 핑크뮬리 군락지에서 참가자들은 1시간 동안 분홍빛 물결을 보며 잠시 근심을 잊었다. 호스피스팀 관계자는 "계절따라 형형색색으로 자연의 빛깔이 변하듯이, 지금의 슬픔도 영원하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느끼도록 돕는 것이 첫 번째 힐링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혼자였으면 슬픔만 생각했을 텐데, 이 분홍빛 물결을 보니 남편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이 떠올랐어요. 슬픔도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하게 되었어요."고 사별한지 몇 달 안된 60대 여성 참가자는 소감을 밝혔다.
봉사자들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걸음을 맞추며 혹시 모를 슬픔의 순간에 대비해 살뜰히 눈높이를 맞췄다.
2. 함께 걷는 길, 성삼재 전망대 & 뱀사골 단풍
지리산 흑돼지 구이로 다같이 한상에 둘러 그간의 근황을 나누며 오랜만에 대화가 풍성한 식사를 즐겼다. 오후 일정으로 지리산 성삼재 전망대에 올라서서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을 시원하게 감상하고, 뱀사골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산책하며 단풍을 즐겼다.
사별3년차 70대 남성 참가자는 "부인을 먼저 보낸 외로움을 나누니 큰 힘이 되고, 조금씩 이겨낼 힘이 생겼어요."
3. 희망의 씨앗: '1년 후 나에게 쓰는 소망 편지'
자연의 단풍을 즐기는 시간을 보내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소망과 스스로에 대한 응원을 담아 '1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80대 남성 참가자는 "펜을 들고 '1년 후의 나는 지금보다 덜 외롭고 건강할 거야'라고 쓰는데, 눈물이 났지만 마음은 맑아졌다"며, "편지에 담은 소망이 현실이 되도록 스스로를 응원하며 살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4. 치유와 공감의 만찬 (오리백숙 및 산들 나물밥)
운봉 풍경인 식당에서 오리백숙과 산들 나물밥으로 저녁 만찬을 나누는 시간은 서로의 슬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공감의 장이 되었다.
"따뜻한 밥상에서 봉사자들이 뼈도 일일이 발라주고, 깊이 있는 이야기도 나누는 살뜰한 돌봄에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 이런 좋은 시간을 만들어준 온병원에 정말 감사하다“ (사별 1년차 70대 남성 참가자)
5. 치유의 정점: 노래, 율동, 포크댄스로 슬픔을 승화시키다
저녁 식사 후 진행된 캠프파이어는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봉사자들이 미리 준비한 캠프파이어의 따뜻함 속에 초청 강사가 레크레이션으로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잔잔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율동과 포크댄스를 곁들이며 진행된 시간 속에 희로애락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70대 여성 참가자는 "몇 년 만에 이렇게 완전한 공감 속에서 마음 놓고 울고 웃으며 행복했다."며, "처음엔 포크댄스가 어색하고 망설여졌지만, 모두가 손을 잡고 돌아가며 인사를 하니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남편도 하늘나라에서 오랜만에 웃는 내 모습을 보며 기뻐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자를 떠나보낸 지 3년이 된 한 참가자(60대 후반)는 "1년이 채 안 된 분들의 슬픔을 보니 제 지난날이 떠올랐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함께 울고 웃고 하다 보니 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는데, 이 경험들을 편히 얘기해 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했으나, 먼저 슬픔을 극복한 경험으로 또다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고 소감을 전했다.
6. 희망을 담아 귀가: 지리산 특산품 선물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저녁 7시 풍경인을 출발하여 부산으로 귀가하는 길, 일상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을 응원하며 참가자 전원에게 지리산의 풍성한 기운을 담아 사과와 수제 김부각을 선물로 전달하며 위로와 희망을 가슴에 안고 시작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평소 호스피스병동에서 맛사지 봉사로 섬기는 우영일 목사는 "저희가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상실을 이겨내는 가족들의 용기를 보며 감동하고 돌아왔다"며, "함께 발맞춰 걸으며 그분들의 회복을 돕는 이 '동행'의 경험은 저희의 봉사 활동에도 큰 의미를 남겼다"고 밝혔다.
온병원 호스피스 담당자는 "상실 기간과 성별 구성이 다양한 가족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치유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이번 여정은, 아픔을 나눔으로써 슬픔을 '승화'시키며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어주는 자조적 회복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남성과 여성 사별자들이 서로의 외로움과 역할을 이해하며 삶의 연속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다"고 전했다.
사)한국병원호스피스협회 이사는, "부산 온병원 호스피스 가족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자들의 헌신이 더해진 이 여정은 사별 돌봄(Bereavement Care)의 가장 모범적인 형태를 보여준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단순한 환자 치료를 넘어 남겨진 가족의 치유와 회복까지 지원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부산 온병원그룹 대표 김동헌 병원장은 "저희 호스피스 병동은 2017년 8월 25일 개원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전문 케어를 수행하며, 정기적으로 시민공원 나들이, 단풍 여행, 집밥요리 식사 초대 등 다양한 사별 가족 모임을 운영해왔다"며, "가족들이 고립되지 않고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병원 윤리의 핵심이다. 이번 '동행' 여정을 통해 자가 치유와 봉사의 힘을 확인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사별 돌봄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호스피스 케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