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잘 돌보려 간호조무사 더 채용 “역차별”
환자 잘 돌보려 간호조무사 더 채용 “역차별”
현행 간호사 기준 요양병원 인센티브 제도 모순
적정성평가-차등제 “충돌”…의료현장은 ‘개선절실’

국내 요양병원의 간호인력 배치 기준과 인센티브 제도가 현장에서는 “역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고시 제2021-59호)는 간호사의 비율이 전체 간호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의 3분의 2(66.7%) 이상일 경우, 1등급 요양병원에 한해 입원환자 1인당 1일 2,000원의 가산 수가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6월 통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결과에서 1등급 요양병원은 233개소로 알려져 있다.
이 제도는 간호 인력의 질을 높이려는 목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간호조무사 고용을 제한하는 구조적 모순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간호조무사 1명을 더 두려면 간호사 2명을 함께 늘려야 가산 유지가 가능하다”며 “간호사 인건비가 가산 수가보다 훨씬 높아 사실상 인력 충원이 어렵다”고 12일 밝혔다.
결국 요양병원은 환자 케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수가 손실 회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간호조무사는 제도상 ‘고용 제한 대상’이 되어, 병동 내 인력 유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제도인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와의 충돌이다. 적정성 평가는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1인당 환자 수가 적을수록 좋은 등급을 부여하지만, 차등제는 환자케의 질을 높이려 간호조무사(AN)를 더 채용했다가 전체 간호인력에서 간호사(RN) 비율이 66.7% 이하로 떨어지면 2,000원의 가산료를 포기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간호조무사를 늘리면 평가점수는 오르지만 수가 인센티브는 줄어드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장은 “정부가 한쪽에서는 ‘인력 확충’을 장려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간호조무사 감축’을 강요하는 꼴”이라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의 불일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입원료 차등제는 간호사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과도기적 조치로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는 간호사 공급이 일정 수준 안정된 만큼, 병원 자율적 인력 운영을 가로막는 규제로 평가되고 있다.
부산지역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간호사 1등급(간호사 1인당 환자 4.5명 이하) 요건을 충족한 병원은 간호조무사를 확대하더라도 인센티브를 감액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직종 비율이 아닌 환자 만족도·서비스 질 중심으로 수가가 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도 개선 방향으로 △간호조무사 비율 규제 폐지 △요양병원 자율 인력 구성 보장 △환자 상태별 맞춤 배치 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회장 정근) 관계자는 “이제는 ‘어느 인력이 많이 근무하나’가 아니라 ‘얼마나 환자를 잘 돌보느냐’가 수가 차등지급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성과 중심 인센티브 전환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