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100만 시대, ‘후각 훈련’이 답이다
치매 환자 100만 시대, ‘후각 훈련’이 답이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급증, “냄새 무뎌지면 뇌 건강 적신호”
부산 온병원 이일우·하상욱 과장 "후각 상실 대비 적극적 훈련 필요"
익숙한 주변 냄새 활용한 '자가진단'으로 치매 의심 여부 가려내야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치매’가 국가적 보건 과제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의 최신 치매 역학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6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치매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역 의료계에서 “후각 기능에 주목하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부산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과 신경과 하상욱 과장은 입을 모아 “후각 훈련의 강화가 치매 예방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14일 강조한다.
■ 후각 저하, 치매 인지장애보다 수년 앞서 나타나는 ‘경고등’
치매라고 하면 흔히 ‘기억력 감퇴’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의학적으로 그보다 훨씬 먼저 찾아오는 전조 증상이 바로 후각 기능의 이상이다.
온병원 신경과 하상욱 과장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진행될 때, 병적 단백질이 가장 먼저 쌓이고 손상을 주는 부위 중 하나가 바로 후각 신경계와 대뇌의 후각 피질”이라며,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본격적인 인지장애를 겪기 수년 전부터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무슨 냄새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즉, 원인 모를 후각 감퇴는 뇌 세포의 손상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조기 경고 신호라는 것이다.
■ 코와 뇌는 직통선…이비인후과·신경과 협진을 통한 ‘후각 훈련’의 중요성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뇌의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인 해마 및 편도체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코를 통한 지속적인 후각 자극은 뇌 세포를 깨우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된다.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후각 신경세포는 우리 몸에서 스스로 재생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신경 중 하나”라며, “인지기능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적 접근을 통한 ‘후각 훈련’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과장이 추천하는 후각 훈련법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독일식 후각 훈련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다. 레몬(과일향), 장미(꽃향), 유칼립투스(허브향), 계피·정향(수목향) 등 서로 다른 계열의 진한 아로마 오일을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2번씩, 코끝에 대고 짧게 “앙, 앙” 거리며 15초간 흡입하는 방법이다. 이때 단순히 냄새만 맡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식물의 모양이나 맛, 관련된 과거의 기억을 의도적으로 떠올리는 ‘뇌-지각 연결 과정’이 동반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 후각 민감도로 치매 의심 자가진단 가능할까?
그렇다면 병원에 가기 전, 집에서 후각 민감도를 통해 치매 위험을 미리 체크해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일상적인 냄새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자가진단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개인이 쉽게 해볼 수 있는 ‘자가 후각 식별 테스트’를 조기 선별에 활용하기도 한다. 치약(민트), 커피 가루, 식초, 참기름 등 우리 일상에 매우 친숙하고 구별이 뚜렷한 4∼5가지 물질을 준비한 뒤, 눈을 감고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냄새만으로 어떤 물질인지 맞혀보는 방식이다.
온병원 신경과 하상욱 과장은 “비염이나 축농증 등 코 질환이 없는데도 가스 누출 냄새, 상한 음식 냄새, 혹은 늘 쓰던 치약이나 커피 향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냄새로 착각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대뇌 인지기능 저하의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 역시 “노화로 인한 당연한 감각 퇴화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인 후각 훈련을 병행한다면 신경가소성에 의해 뇌 기능 저하를 늦추고 치매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며 후각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