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암 백신’ 3상 성공…키트루다와의 시너지 기대
‘mRNA 암 백신’ 3상 성공…키트루다와의 시너지 기대
부산 온병원, 모더나·머크 ‘V940’ 임상 성공 분석 및 전망
환자 고유 유전자 분석해 제작…면역세포에 암 표적 정밀 지도 전달
기존 표준 치료제 키트루다 병용 시 흑색종 재발·전이 획기적 감소

미국 모더나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개인 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암 백신 후보물질 ‘인티스메란 오토진(개발명 V940)’이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 팬데믹을 종식했던 mRNA 기술이 감염병 예방을 넘어 정밀 암 치료 영역에서도 대규모 3상 유효성을 입증하며 항암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이번 모더나와 머크사의 mRNA 암 백신 개발을 계기로,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진료처장)을 통해 최신 항암 치료의 진화와 향후 전망을 정리해본다.
■ 키트루다, 면역세포의 ‘브레이크’를 풀다
모더나 백신의 성과를 이해하려면 현재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이끄는 표준 치료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암세포는 T세포(면역세포) 표면의 ‘PD-1’ 스위치에 ‘PD-L1’이라는 열쇠를 결합시켜 면역 공격을 회피하는 ‘멈춤’ 신호를 보낸다. 키트루다는 이 회피 차단막을 무력화해 T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3세대 면역항암제다. 폐암·흑색종·신장암 등 30여 개 암종에서 탁월한 생존 이득을 입증하며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온병원 유홍 센터장은 “키트루다는 면역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혁신적인 약제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한 단계 끌어올릴 병용 치료 전략이 꾸준히 요구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 개인 맞춤형 mRNA 백신, 정밀 암 공격 지도 제시
이번 3상 임상(INTerpath-001) 연구는 백신 단독이 아닌, 표준 치료제인 키트루다와 맞춤형 백신을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수술로 암을 절제한 후 키트루다와 개인화 백신을 함께 투여받은 환자군은 키트루다만 단독 투여받은 환자군에 비해 재발 없는 생존기간(RFS)과 원격 전이 없는 생존기간(DMFS)이 모두 유의미하게 연장됐다.
이 같은 성과의 핵심은 백신의 ‘맞춤형 훈련’ 원리에 있다.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환자의 종양 유전체를 분석해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신생 항원(Neoantigen)’을 포착한 뒤, 이를 mRNA 형태로 체내에 주입한다. 암세포만의 ‘지문’을 면역세포에 미리 학습시키는 셈이다.
유 처장은 “기존 면역항암제가 면역세포의 공격 억제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이었다면, 맞춤형 mRNA 백신은 면역세포에 정밀한 표적 지도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며 “두 치료제의 결합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 사멸하도록 돕는 완벽한 시너지를 낸다”고 강조했다.
■ 난치성 고형암으로 확대 기대… 맞춤 제작 시간·비용은 과제
의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시작으로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췌장암, 대장암 등 재발 위험이 높은 난치성 고형암 분야에서도 유사한 치료 효과가 입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맞춤형 암 백신이 실제 진료 현장에 완전히 안착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환자의 종양 조직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백신을 제조·투여하기까지 걸리는 상용화 리드타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또한 높은 초기 제조비용에 따른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보험 급여 적용 여부도 주요 논의 과제다.
유홍 진료처장은 “1세대 화학항암제(무차별 공격)와 2세대 표적항암제(표적 공격), 3세대 면역항암제(면역 활성화)를 거쳐 이제는 4세대 개인 맞춤형 정밀 면역 치료로 치료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며 “키트루다와 차세대 mRNA 기술의 융합은 암을 불치의 병이 아닌 ‘장기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