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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나이 탓으로 지나치지 마세요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OECD 1위 한국 노인 자살 예방책은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 10만 명당 42명 선, ‘전체 평균 상회

단순 노화나 투정으로 오인가족·이웃의 세심한 주의 요구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 진료사진.png

 

매년 9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지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새기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뜻 깊은 날이지만, 대한민국이 직면한 통계 지표는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2명 선으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며, 80대 이상에서는 6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수년째 안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의 원인이 신체적 고통, 경제적 빈곤,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라는 3대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이가 들면서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경제 활동 중단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배우자 상실이나 자녀와의 분리로 인한 외로움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출발점은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다.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센터장은 청장년층과 달리 노인의 위험 신호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투정으로 오인되어 지나치기 쉽기 때문에 가족과 이웃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어르신들은 신체적·행동적 변화를 통해 위험 신호를 보낸다. 눈물이나 직접적인 우울감 표현 대신 식욕 부진, 급격한 체중 감소, 불면증, 원인 불명의 전신 통증을 자주 호소한다. 또한 평소 아끼던 소지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주변 환경과 신변을 갑자기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언어적 표현에서도 뚜렷한 경고 신호가 드러난다. 어르신들은 늘어난 수명 때문에 고통 받는다거나 이제 짐을 덜어줘야겠다는 말을 입에 담고, 더 살아서 뭐 하겠느냐는 식의 자조적인 언어를 자주 반복한다. 정서적·사회적 위축 현상 역시 대표적인 징후로, 이웃이나 친척과의 연락을 끊고 경로당 등 기존에 다니던 사회적 활동을 전면 중단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급격히 늘려나간다.

이러한 징후가 발견되면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는 식으로 넘기지 말고, 어르신의 이야기를 비판 없이 들어주는 공감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어셨겠다는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선진국들의 사전예방 성공 사례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했던 핀란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범국가적 심리적 부검과 국가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30여 년 만에 자살률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핀란드는 1차 의료기관에 도달한 어르신들이 신체 질환으로 내원하더라도 정신건강 검진을 의무적으로 병행하도록 조기 발견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또한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내각부 직속으로 자살대책추진실을 설치하고, 지역사회 밀착형 게이트키퍼(생명지킴이)’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우울증 고위험군 노인을 밀착 케어함으로써 노인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은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가족의 관심뿐만 아니라 선진국 사례처럼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이 함께 연계되는 고체계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현재 지역 내에서도 독거노인 안부 확인 서비스와 방문 정신건강 상담, 전문적인 의료 개입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자살 시도 전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과 절망감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전문적인 치료와 사회적 관심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주변에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가진 어르신이 있다면 24시간 운영되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번이나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전문 의료기관의 문을 두드려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변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과 조기 개입이야말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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