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미루시나요?”… 검진은 건강 위한 투자
“올해도 또 미루시나요?”… 검진은 건강 위한 투자

“올해가 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예약하면 언제쯤 가능할까요?”
완연한 가을 정취가 무르익는 10월 하순이 되면, 전국의 병원 건강검진센터 로비는 연말에 밀린 검진을 해결하려는 수검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매년 이맘때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 급하게 예약을 서두르는 풍경이 어김없이 반복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약 75.6%, 국가 암검진 수검률은 약 60.2%로 비교적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수검률이라는 단순한 ‘숫자’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검진의 ‘질’과 ‘내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건강검진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일반건강검진 종합판정 결과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39.1%에 불과하다. 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의심’ 판정은 32.0%, 이미 질병 치료가 요구되는 ‘유질환자’는 28.9%에 달해, 전체 수검자의 60% 이상이 크고 작은 건강 경고등을 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21일,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건강검진서면센터 강동완 센터장(가정의학과전문의)은 “연말에 수검자가 몰리다 보면 예약 대기가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 형식적인 검사나 수치 확인에 그쳐 숨은 질환을 놓칠 위험이 커진다”며, “건강검진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해치우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내 몸의 잠재적 위험을 조기에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만약 연말에 쫓기듯 형식적으로 수치만 확인하고 넘어가거나, 아예 해를 넘겨 검진을 건너뛰게 된다면 우리 몸이 보내는 소중한 질병의 신호를 놓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신체 변화와 연령대별 위험 신호에 맞춰 반드시 챙겨야 ‘핵심 검진 항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30 청년층: 젊음을 과신하기에는 이른 시기, 대사증후군 전조와 정신건강 사수
학업과 취업 준비, 그리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20∼30대는 스스로 건강하다는 자신감 때문에 검진을 소홀히 하기 쉽다. 그러나 불규칙한 식습관, 잦은 배달 음식 섭취, 운동 부족, 그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는 이미 청년층의 대사 체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이 시기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침묵의 대사 이상’이다. 겉보기에는 날씬하더라도 복부비만이나 고지혈증, 초기 지방간이 진행 중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공복 혈당, 혈중 지질(콜레스테롤·중성지방), 간 기능 검사, 흉부 X선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40대에 조기 심뇌혈관 질환으로 급격히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청년층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정신적 번아웃과 우울감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정신건강검진(우울증 선별) 역시 이 세대에게는 반드시 챙겨야 할 생애 주기 방어선이다.
강동완 센터장은 “최근 2030 세대에서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젊은 당뇨병 및 고지혈증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젊다는 이유로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대사증후군 지표 확인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40대 중년층: 성인병의 분수령, 암 스크리닝과 심혈관 방어막 구축
40대는 가정과 직장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지는 시기인 동시에, 신체적 노화가 본격화되는 결정적 분수령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급상승하며, 각종 암의 발병 위험이 수면 위로 고개를 드는 때이기도 하다.
국내 암 발병률 상위를 차지하는 위암은 40대 이상부터 위험도가 가파르게 증가하므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2년 주기의 위내시경(또는 위장조영검사)을 통해 조기 발견의 기회를 잡아야 큰 병으로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B형 및 C형 간염 항원·항체 검사를 통해 보균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간경화나 간암으로의 이행을 선제 차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여성의 경우 치밀유방 비율이 높으므로 유방촬영술과 함께 필요시 유방 초음파를 병행하고, 심뇌혈관 위험도 평가를 철저히 시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동완 센터장은 “40대는 본격적인 만성질환과 암 발생이 고개를 드는 시기로, 국가검진 항목 외에도 자신의 가족력과 신체 변화에 따른 추가 정밀 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설명했다.
■5060 장·노년층: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암과 만성질환의 정밀 타격
50대에 접어들면 면역력과 세포 재생 능력이 급감하면서 암과 만성질환의 위협이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이 시기는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때인 만큼, 적극적인 수검 여부가 노년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좌우하게 된다.
우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대장암을 막기 위해, 국가검진인 분변잠혈검사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된다면 미루지 말고 대장내시경을 받아 용종을 미리 절제해야 암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오랜 흡연력이 있는 50대 이상이라면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폐암 검진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은 자칫 골절로 이어져 순식간에 와병 생활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여성 및 해당 남성을 대상으로 한 골밀도 검사와 심장·경동맥 초음파를 통해 뼈와 혈관 건강을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
강동완 센터장은 “50대 이후의 건강검진은 단순히 병을 찾는 것을 넘어 남은 인생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방어막”이라며, “대장암, 폐암 등 주요 암 검진과 함께 심뇌혈관 및 골다공증 검사를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건강검진은 미루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약속”이라며 반드시 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