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 ‘덜커덕’ 소리·먹먹함… 무심코 찌른 면봉이 병 불러
귓속 ‘덜커덕’ 소리·먹먹함… 무심코 찌른 면봉이 병 불러
부산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과장, 습관적인 귓속 청소의 오해와 진실

샤워를 마친 후 습관적으로 면봉을 귀로 가져가는 이들이 많다. 귓속이 가렵거나 답답할 때 귀이개나 면봉으로 속을 시원하게 파내는 것은 일상의 익숙한 습관 중 하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귀를 자주 파는 행위가 귓속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아 경고한다. 22일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의 도움말을 통해 자연 생리 현상인 귀지의 역할과 올바른 관리법을 정리했다.
■귀지, 더러운 노폐물 아닌 귓속 파수꾼
귀지는 외이도의 피지선과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탈락한 죽은 세포와 섞여 만들어진다.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귀지는 귓속 피부를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귀지는 산성을 띠고 있어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막아주고, 외이도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유분막을 형성한다. 또한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나 이물질이 고막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귀는 스스로 청소하는 자가 청소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때 턱관절이 움직이면서 귓속에 쌓인 귀지가 자연스럽게 밖으로 밀려나간다. 따라서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귀지를 일부러 파낼 필요가 없다.
■‘덜커덕’ 소리와 먹먹함, ‘귀지색전’의 경고
그렇다면 귀지를 그냥 두었는데 귀에서 덜커덕 소리가 나거나 먹먹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지 덩어리가 커져 외이도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막는 상태를 귀지색전(귀지막힘)이라 부른다. 큼직한 귀지 덩어리가 고막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으면 턱을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릴 때마다 고막을 건드려 달칵하거나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또한 공기의 통로가 막히면서 물이 들어간 듯 먹먹한 느낌이 들거나 청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귀지가 자주 쌓이거나 덩어리지는 원인은 사람마다 체질과 귀 구조, 생활 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유전적으로 아포크린샘 분비가 많은 습성 귀지 체질이거나 나이가 들면서 분비샘 기능 변화로 귀지가 딱딱해지고 귓속 털이 굵어진 경우에 귀지가 더 잘 뭉친다.
타고난 외이도가 좁거나 안쪽으로 굴곡이 심한 경우, 또는 외이도 골종 등 형태적 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배출이 어려워진다. 무선 이어폰이나 보청기, 귀마개를 장시간 착용해 통풍이 되지 않고 배출 통로가 물리적으로 막히는 점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면봉 자극이 부르는 외이도염과 고막 손상
귀가 답답하다고 해서 귀이개나 면봉을 깊이 넣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겉으로 빠져나오려던 귀지를 오히려 안쪽 깊숙이 밀어 넣어 층층이 굳어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민감한 외이도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내 2차 세균 감염인 외이도염을 유발한다. 자칫 심할 경우 고막을 직접 자극해 고막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일우 과장은 귀가 먹먹하거나 덜커덕거릴 때 답답한 마음에 면봉이나 뾰족한 기구로 파내려다가 외이도에 상처를 내 외이도염이나 고막 손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어 약국에서 파는 귀지 용해제 역시 이미 귀지가 외이도를 꽉 막았거나 고막에 상처나 천공이 있는 경우에는 귀지가 불어나 통증이 심해지거나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함부로 자가 처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권하는 안전 관리법
안전한 귓속 관리를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샤워나 세안 후에는 귀 입구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분비물과 물기만 타월이나 면봉으로 살짝 닦아내야 한다. 귀지가 뭉쳐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통증, 덜커덕거림이 지속된다면 직접 파지 말고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받아야 한. 병원에서는 전용 석션이나 전문 기구를 이용해 고막 상태를 확인하면서 안전하게 귀지를 제거해 준다. 마지막으로 귀지가 자주 쌓이는 체질이거나 외이도가 좁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에서 정기적으로 귓속을 점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