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빈둥거림’, 뇌에는 보약 몸에는 독” 슬기로운 휴식은?
“휴일의 ‘빈둥거림’, 뇌에는 보약 몸에는 독” 슬기로운 휴식은?
아무것도 안 할 때 켜지는 뇌의 화면 보호기, ‘DMN’
과도한 누워 지내기는 심장과 대사 망가뜨리는 주범
온병원, 뇌와 몸 살리는 ‘마인드풀니스 호흡법’ 추천

평일 내내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주말이나 휴일은 가뭄의 단비 같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많은 직장인이 휴일이 되면 침대나 소파를 벗어나지 않고 온종일 ‘빈둥거리는’ 것으로 한 주간의 피로를 보상받으려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이 시간이 지친 심신에 진정한 회복을 주는지, 아니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인지는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최근 뇌과학과 임상 의학의 발전은 이에 대해 “어떻게 빈둥거리느냐에 따라 뇌에는 최고의 보약이 될 수도, 몸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뇌과학의 핵심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와 신체 대사 시스템을 중심으로 직장인을 위한 ‘영리한 휴식의 과학’을 살펴봤다.
우리가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거나 무언가에 집중할 때 뇌는 ‘중앙 집행 네트워크(CEN)’를 가동한다. 반면 아무런 인지적 작업을 하지 않고 멍하니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 연결망이 존재하는데, 이를 뇌과학에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부른다. 컴퓨터를 켜두고 가만히 두면 시스템 스스로 백그라운드에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는 화면 보호기 상태와 유사한 원리다.
정신의학계에서는 휴일의 적절한 빈둥거림이 이 DMN을 활성화해 과부하가 걸린 뇌를 치유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센터장은 “일상에 쫓기는 직장인들은 평일 내내 뇌를 과도하게 사용해 인지적 피로와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극에 달한 상태”라며 “휴일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시간은 뇌가 스스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정리하고 불필요한 스트레스 찌꺼기를 삭제하는 ‘뇌의 재부팅’ 기회”라고 10일 설명했다. 이어 “DMN이 적절히 활성화되지 못하면 정서적 소진인 번아웃이나 기억력 저하가 찾아올 수 있으므로, 주말에 온전히 뇌를 쉬게 하는 게으름은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휴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뇌의 휴식’을 핑계로 하루 종일 소파나 침대에 누워 누적된 피로를 풀겠다는 방식은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이는 뇌의 휴식이 아닌, 몸의 신체 리듬과 대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최신 임상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누워 있거나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보내는 좌식·와식 시간이 10.6시간을 넘어서면 심부전 및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역치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주말에 잠을 지나치게 몰아서 자거나 온종일 누워 지내면 신체 대사 리듬이 깨져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 위험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부원장은 “지친 직장인들이 주말에 빠지기 쉬운 과도한 와식 생활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유 부원장은 “주중에 부족했던 수면을 주말에 1∼2시간 정도 보충하는 것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주말 내내 불규칙하게 누워 지내는 생활이 습관화되면 생체 리듬이 무너지는 ‘사회적 시차증’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는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려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척추와 근골격계에 무리를 주어 통증을 유발한다”며 “특히 몸은 누워있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숏폼 영상을 시각적으로 소비하면 뇌는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잔인한 특근을 하는 셈이 되어 월요일에 더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일상에 지친 직장인은 휴일에 어떻게 쉬어야 뇌와 신체를 모두 살리는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과학적인 휴식 솔루션은 바로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호흡법’이다.
준비 없이 가만히 누워만 있을 때 우리의 뇌는 흔히 “내일 출근하면 무슨 일을 해야 하지?”, “그때 상사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와 같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을 떠올리는 ‘부정적 반추(Rumination)’에 빠지기 쉽다. 이는 DMN을 과활성화시켜 오히려 뇌를 더 지치게 만든다. 마인드풀니스 호흡법은 이처럼 방황하는 마음의 초점을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이라는 감각에 묶어두어 뇌의 조절 능력을 키우고 심신을 깊게 이완시키는 방법이다.
가정이나 실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인드풀니스 호흡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침대에 눕기보다는 편안한 의자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온몸의 긴장을 푼다. 이어 숨을 억지로 길게 쉬려 하지 말고, 숨이 코끝을 스치며 들어오는 차가운 감각이나 숨을 쉴 때 배가 오르내리는 움직임 등 가장 잘 느껴지는 호흡의 감각 한 곳에 온 주의를 기울인다. 마지막으로 수행 중 다른 잡생각이 떠오르면 이를 부드럽게 알아차린 후,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다시 호흡의 감각으로 주의를 천천히 되돌린다. 이 과정에서 뇌의 전두엽 근육이 강화되고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신체적 피로도 함께 호전된다.
울산시 울주군 울주병원 소화기내과 이시원 과장은 “결국 건강한 휴일의 핵심은 능동적인 휴식과 게으름의 균형에 있다”며 “주말에 평소보다 12시간 더 수면을 취해 피로를 풀되, 그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한 채 편안히 앉아 35분간 내 숨소리에 집중하거나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며 햇볕을 쬐는 것이 월요병을 예방하고 다음 한 주를 건강하게 버틸 진짜 에너지를 만드는 영리한 빈둥거림의 정석”이라고 당부했다.
